DMZ, 진정한 평화와 생명을 찾아서
우리에게 북쪽이라는 말은 방향이 아닙니다.
북쪽은 벽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의 슬픈 은유입니다.
한반도의 DMZ는 가장 생생하게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증언하는 곳입니다.
6·25 전쟁 때 세살이던 아기가 65년이 지나 오늘 이렇게 초로初老의 시인이 되도록 냉전의 참혹한 벽은 지금까지 그대로 있습니다.
사실 북쪽은 이미 우리에겐 상투화된 비극이기도 합니다.
최근 DMZ가 하나의 생명으로 일어서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우리가 그토록 허물어 버리고 싶던 슬픈 벽에서 뜻밖에도 풀과 새와 나무와
온갖 짐승들이 낙원을 이루며 살고 있음을 발견하고
새삼 모두가 감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 진정한 평화와 생명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한국시인협회가 DMZ를 노래한 시집을 내놓습니다.
시인들이 진심으로 노래하고 노래하면 그 어떤 벽도 허물리고 녹아 내려
푸른 생명의 낙원이 되고, 사시사철 노래가 출렁이는 평화의 바다에
끝내 이르고야 말 것을 믿습니다.
2015년 1월
한국시인협회 회장 문 정 희
『DMZ, 시인들의 메시지』는 강은교, 강인한, 김중식, 김형영, 문정희, 문인수, 문효치, 오세영, 유안진, 이건청, 임보, 정진규, 허형만, 허혜정 등 한국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이 DMZ라는 우리 시대의 큰 화두를 시로 형상화한 테마 시집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한편으로는 지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을 안고서 흘러가는 임진강, 새들이 노닐고 꽃들이 피어나는 비무장지대의 광활하고 원형적인 자연, 이들을 배경으로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는 철조망이 우리 역사의 가장 커다란 아픔을 잉태한 공간으로 등장한다. DMZ 시편을 통해, 분단의 오랜 아픔을 느끼게 되고, 나아가 자유와 평화를 바탕으로 하는 민족사적 미래 지평을 염원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만나게 된다. 모두의 절절한 마음이 시편마다 배어나온다.